
5일 전북 김제시 성덕면에 있는 한우농장에서 이 지역 한우농가들이 수의사 처방제 실시에 따른 불편사항을 이야기하며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5일 오후 전북 김제의 한우농장. 소 200여마리를 키우고 있는 정기섭씨(54·김제시 성덕면 대목리)는 “수의사가 한번 다녀가면 진료비를 5만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데 요즘 사료값 상승으로 생산비가 갈수록 올라가는 상황에서 수의사 처방제로 농가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농가들은 원하는 때 진료 서비스를 받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지역 내 수의사 숫자가 많지 않아 수의사 편의대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 40여마리 규모의 축산농가 정유영씨(62·〃)는 “최근 송아지가 설사를 해 수의사를 불렀는데 수의사가 다른 일정을 마치고 오는 바람에 한밤중에 겨우 치료를 했다”며 “바쁜 수의사를 기다리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결국 농가들만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농가들은 특히 설사와 같이 수의사를 굳이 부르지 않아도 되는 가벼운 질병을 치료할 때도 처방을 받아야 해 불편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소 37마리를 키우고 있는 최성수씨(57·〃)는 “수의사가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임엔 틀림없지만 수십년 동안 직접 한우를 키우면서 쌓은 노하우가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며 “농가가 직접 치료할 수 있는 가벼운 질병도 일일이 수의사 처방전을 받아야 해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농가들은 종전과 같이 수의사 처방전 없이도 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달라고 주장했다. 정기섭씨는 “닭과 돼지는 평소에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지만 소의 경우 송아지 때를 제외하곤 거의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한우농가들의 불편이 큰 만큼 축종별 상황을 고려해 수의사 처방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현행 제도 시행에는 원칙적으로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물의약품 수의사처방제의 근본 취지가 항생제 등의 오남용을 방지하자는 데 있고, 농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방제 대상도 전체 의약품의 15% 선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수의사처방 대상 의약품은 전체의 23% 선이다.
이수한 농식품부 방역총괄과 사무관은 “한우 농가들은 다른 축종에 비해 자가 치료를 많이해 수의사처방제가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한우에 대해서만 예외를 둘 수는 없다”면서 “앞으로 공수의사 확대와 함께 지역 농·축협의 동물병원 개설을 적극 장려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출장비 보조도 유도해 농가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제=양승선, 박창희 기자 ssya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