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축협 공동방제단 소독차량 두 대가 23일 안성시 보개면의 한 오리농장 앞에서 축사지붕과 외벽에 소독액을 살포하고 있다.
안성지역의 가금류 사육 농가는 모두 165곳.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농장 안팎을 스스로 소독하는 등 차단방역에 힘써 왔다. 2011년 안성지역에도 AI가 발생, 큰 피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윤병삼 안성시 축산과 팀장은 “시에서 가금 농가들에게 소독약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고, 축협 공동방제단과 힘을 합쳐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일부 농가들은 방역을 하는 데 일손과 방역장비가 여전히 모자란다고 고충을 호소한다. 일죽면의 한 오리농가는 “수동분무기로 소독을 하는 데 한계가 있어 시에서 방역 점검을 나오면 억울하게 지적을 받기도 한다”며 “고압분무기를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덕면의 육계농가 권순철씨(64)는 “농가들이 평소 차단방역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의 생석회·소독약 등 방역물자를 꾸준히 공급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남·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정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기온이 내려가면 대부분의 소독차량과 농장 출입구에 설치된 소독약 분사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더운 물과 열풍기 등으로 녹이는 ‘진풍경’은 AI가 처음 발생한 2003년과 비교해 전혀 개선되지 않아 장비의 현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리농가 박관호씨(57·전남 나주)는 “AI는 주로 겨울철에 발생하는데, 방역장비가 추위에 약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반문했다.
공동방제단 운영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공동방제단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중앙회에 운영을 맡겨 전국 117개 축협에서 400개 조직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지원되는 예산은 1곳당 월평균 316만원에 불과하다. 이 예산으로 방역요원 인건비·소독약품비·소독차량임차비·정비료 등을 지급하고 각종 소모품 등을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소독차량은 면세유 공급대상이 아니다. 상당수 방제단은 소독에 필요한 물도 돈을 주고 구입하는 실정이다.
공동방제단의 소독활동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부 농가들의 낮은 방역의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북의 한 축협 관계자는 “방제단이 미리 연락한 후 농가를 찾아가도 문을 걸어잠그고 외출해 아무도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간혹 주인이 없는 농장에 들어가 소독을 해 줬는데, 도난사고가 생겼다며 책임을 추궁할 때는 정말 화가 치민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안성=김광동·유건연, 전주=양승선, 나주=임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