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산업 축산, 질적성장의 새 시대 여는 힘 ‘친환경’에 있다

오 상 집 교수<국립강원대학교>
우리나라에 산업적 의미의 축산업이 뿌리를 내린지 약 반세기가 경과되었다. 이제 우리 국민의 식단에서 축산물의 섭취량이 총 식품섭취량의 과반을 넘는다. 이는 동 기간 우리나라 축산업에 괄목할만한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축산업 발전의 궁극의 목표는 ‘국민 식생활 및 영양 개선’이었다. 이 목표는 국민도 동의하고, 고마워하는 신바람 나는 목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의 축산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새롭다는 뜻은 우리 축산의 여건과 환경이 크게 변하였기에, 우리 축산의 발전 방향과 목표를 새롭게 정립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축산이 지향해야할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축산의 주요 구동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축산업의 주 구동축은 지난 반세기 동안은 생산자와 소비자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당시까지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가 지향 하는 방향이 같았기에 혼선 없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이제 축산에 환경이라는 새로운 구동축이 부상하였고, 오히려 환경 구동축이 축산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통제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구동축이 축산에서 지향하는 방향도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변화되었다.
이제 우리 국민은 식량자주 관점에서 우리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축산의 역할에 예전만한 성원을 보내지 않는다. 그 보다는 국토 환경, 축산물 안전성, 웰빙·건강 등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제까지의 축산의 목표와 방향은 발전의 동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과감하게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목표를 수립하여야 한다. 본 글을 통하여 우리축산이 새로운 반세기를 바라보며 나아갈 길에 대하여 5가지 주제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친환경 축산, 경제·사회적 관점까지 고려 접근
축산물 올바른 정보·가치 알리기 홍보 체계화
식량안보 차원 수급안정·질병 청정화 기반 강화
소비자에 감흥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 개발 필요
1.친환경 축산의 실현
친환경 축산의 실현은 우리나라 축산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고 필수 사항이 되었다. 이제가지 친환경 축산의 대책은 주로 가축분뇨의 친환경 처리에 집중하였다. 이는 친환경의 영역을 주로 물리적 관점에서만 바라볼 경우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친환경의 영역에서도 경제적, 사회적 친환경을 분리해서 바라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 축산은 우리 국토에 최적인 축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를 도출하여 이에 대한 국가적 공감을 조속히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즉, 국토의 생태 환경 지속 역량, 축산식품 산업의 지속, 식품 안보 차원에서의 축산물 자급력 유지 차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 규모를 의미한다.
단순히 물리적 관점에서 우리 국토의 생태 환경 지속 역량을 고려한다면 우리 국토에 축산이 배출하는 양분의 총량을 친환경 처리를 감안하여 합리화하는 데 선도적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면 양분 총량제는 언젠가 시행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재의 추세라면 양분 총량에 관여된 산업 부문 중에서 축산업의 입지는 결코 우호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축산업계의 경우 양분총량제를 규모 축소 관점에서만 받아들이다 보니 거부감이 크다. 그러나 거부 일변도식의 대처법은 오히려 축산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우리가 추진하여온 가축분뇨의 친환경 재활용이 명실 상부 100%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는 축산 분뇨처리 위반의 사례가 더 이상은 축산업계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생산자와 업계의 선도적 노력과 대책이 확립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축산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를 제시하고, 생산에서 가공 유통에 이르기 까지 이 목표를 앞서서 달성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므로 실제 온실 가스 배출 비중은 미미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온실가스 이야기가 거론될 때 마다 가축의 트림이나 가스배출이 상징처럼 언급되지 않도록 선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축산 현장으로 부터 유래하는 악취는 실질적 폐해 경중을 떠나 축산의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데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악취를 근원적으로 100% 차단할 물리적 대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축산업 모든 과정에서 부터 악취 발생 감소, 나아가 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단계적 목표를 공표하고 이를 일관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인정받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이해를 구하되 한편으로는 축산 관련 악취 관련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합리적 가이드라인, 중재할 수 있는 기구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웰빙·건강 식생활에 기여
축산 식품의 적절한 섭취는 과학적으로도 분명히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음에도 이 사실보다는 축산식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빈번히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오히려 축산식품 섭취 유해론에 대한 홍보가 위력을 떨쳤다는 뜻이다.
따라서 올바른 축산식품 섭취와 건강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축산식품 섭생에 대한 올바른 진실을 체계적으로 홍보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길은 바로 생산성 증진 못지않게 축산계가 담당해야할 중요한 과업의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식품과 건강’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그 결과를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계도하는 국가 전담 부서를 설치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무조건 축산물은 고급 식품이고 어느 정도 섭취하여야 한다는 계도보다 축산식품의 올바른 섭식 방법을 연구하고, 고지방 축산식품, 특정 부위 축산물 등을 선호하는 식 문화를 개선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적으로 약품보다는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나 기대가 급증하고 있다. 이제까지 축산업계는 기능성 축산물을 틈새시장 품목으로 치부하거나, 기능성 발휘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등한시 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향후 반세기 축산 식품의 시장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축산분야에서도 고급, 고영양 식품을 뛰어 넘어 기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축산 식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기능성을 발휘하는 축산식품을 비롯, 모든 기능성 식품의 건강 증진, 질병 치료 기능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확립하여 국민에게 체계적으로 안내하는 체계가 발휘된다면 축산업의 부가 가치가 증대될 뿐 아니라, 축산업에 대한 인식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3. 축산물 수급안정에 기여
앞으로도 축산물의 수급안정은 중요하다. 따라서 향후 질병발생, 위생 안전 문제 발생, 가격 안정 등의 사유로 수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전략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는 즉흥적 의사 결정이 아니라 수요 공급의 과학적 예측을 바탕으로 시스템에 의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여야 우리 축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급과 관련된 정부의 의사 결정에 사회적 신뢰가 오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야 축산의 생산자도 수급 안정에 합리적 대책을 도출하는 체계로 변모하여 일도 정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가 축산 식품 수급 시스템에 급작스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글로벌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축산식품의 수요는 증가하나 공급 능력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국가 지속과 사회 안정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함으로 최소한 축산식품 안보차원의 수급 체계를 갖추어 놓아야 한다.
따라서 국내적으로는 비상 시 최소 축산식품 섭취 수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특히 사료 자급률을 개선시켜 국가 축산 시스템이 해외 요인에 의하여 변하는 파장을 경감시켜야 한다.
4. 차별화된 축산물 안전 확립
향후 축산물(식품) 국내 생산의 타당성은 차별130화된 안전성에 달려 있으므로 우리나라에 세계 최고 수준의 축산식품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이에 따라 생산, 수입, 도축, 가공, 유통, 식당에 이르는 축산식품 전 체계에 안전체계를 구체적으로 실행시키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FMD, AI, BSE 등의 발병이 축산물 생산과 무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앞으로는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철저하고 완벽한 방역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리고 완벽한 도축, 가공, 유통, 조리 위생 안전 지침의 준수를 생활화하고 다이옥신, 농약, 화학 물질 등 산업공해 물질의 식품 생산 시스템 오염 예방 체계도 구체적으로 구축해 놓아야 한다.
5. 농촌경제 및 커뮤니티 기여
앞으로 축산업은 묵묵히 생산 기술에만 의존하는 산업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다른 제조업처럼 경영 합리화를 통하여 생산 효율을 개선함은 물론 업체가 가져야 할 기업 윤리를 구현하여야 하는 산업임을 자각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영 합리화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새로운 축산 경영 모델을 개발하여 이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는 한국형 적정 규모 뿐 아니라 경영·관리 합리화, 동종 업계 확대 등을 유도하는 축종별 적정 규모, 노동력 수급과 배분, 질병 차단, 환경 규제 부합에 유리한 경영 규모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축산업의 수익 창출 모델을 다변화 하여 축산에 의한 환경기여, 커뮤니티 기여를 가치 창출로 확대할 수 있어야 하며, 축산물 판매 이외 축산업 수익 창출원을 개발하여야 한다. 아울러 축산식품의 소비를 확장하고 축산의 이미지를 향상시켜 소비자에게 감흥을 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도 우리나라 축산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축산의 생산 분야 뿐 아니라 축산 전후방 산업 분야에서 제품과 시설 공정의 글로벌 표준을 이룩하고 이들을 수출하는 것도 우리나라 축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앞으로 가축의 복지형 생산이 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이므로 이에 필요한 시설 설비 제조기술을 확보하여 이를 바탕으로 축산 설비를 수출한다든지 항생제 대체 사료 첨가제 제품, 선진 사료 가공, 사양 기술을 수출하는 것도 한국의 축산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 분야가 될 것이다.
가축 생산 체계에서의 합리적인 복지 제공은 소수의 트렌드를 넘어 국가나 권역별로 확장되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또한 일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출발하였으나 이제 국제적 표준으로 정착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이에 선도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축산체계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감성적 공감을 증진시키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가축복지 도입은 축산 규모의 대형화, 집약화를 제한하여 오히려 단위 생산자의 생산 규모를 중규모로 최적화 시켜 보다 다수의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축산 모델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축산신문